잔소리맨

캄보디아에 와서 첫번째 공휴일(Pchum Ben Holidays)을 맞아 우리가족은 풀장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길다란 슬라이드가 놓여있는 풀장을 보자마자 목소리가 높아지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럴때 나의 일은 보통 두가지가 된다. 먼저 아이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둘째 안전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하와이에 살때는 풀장에서 “절대 뛰지 말것”이 첫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안전규칙이었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선 그보다 더 상위의 룰이 생기게 되었다. 그것은 “풀장의 물을 먹지않도록 주의 할것” 이다.

풀장 담장안에 들어가 물안을 내려다 보고, 풀장벽도 둘러보게 되는데 역시나 물이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다. 옆에 어떤 아줌마가 10개월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의 기저귀를 홀랑 내려주곤 같이 풀장으로 입수하신다. 물청결에 대한 나의 생각은 순간 확신으로 변했다. 어떤 꼬마아이는 외국인을 첨 본 것처럼 나를 빤히 쳐다보다 이내 관심을 잃은 듯 물 속으로 점프를 했다. 그의 점프는 그냥 점프가 아니라 앞덤블링 점프 입수였다. 그런데 물의 깊이는 내 허리높이 밖에 되지 않은 앝은 곳이 아닌가. 순간 그 아이를 향해  “No~ No No!”를 외칠 수 밖에 없었는데, 물에서 나온 그 아이는 나를 다시 심드렁하게 쳐다 보곤, 이내 다른 포즈로 점프 입수를 한다.

드디어 슬라이드를 타러 철재 계단을 올라갔다. 은혜 은서가 혹시 미끄러질까봐 조심조심하는데 어느새 4층정도 높이의 슬라이드 꼭대기에 다다랐다. 하지만 이 미세한 떨림은 무엇일까.. 결코 내 마음의 떨림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계단을 따라 밑에서 올라 올수록 꼭대기층은 좌우로 흔들리는게 아닌가.. 헐.  마음을 다시 잡고 미끄럼 타는 순서를 기다리며 아이들에게 안전교육을 한번 더 시키게 된다. 은혜은서를 먼저 내려 보내고, 나는 바로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데, 안내하는 사람이 나에게 빨리 내려가라고 재촉한다. 하라는대로 잘하는 나. 슬라이드에 폴작 하고 사푼히 내려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코너를 돌아 입수 부분에 다다르다 하바터면 우리 아이들과 머리가 부딪일뻔 했다. 다시 아빠의 본능이 발휘되고, 뒷발과 앞손으로 미끄럼틀에 마찰을 주어 가까스로 멈추어 서게되었다. 다행이었다.

수면밖으로 나와 비장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불러세웠다. 은혜야 은서야 룰 넘버원은 뭐였지? “풀장의 물은 절대 먹지 않는다!” 룰 넘버투는 뭐지? “풀장에선 뛰지않는다.” 그리고 또.. 그리고 또. 안전규칙은 하나씩 늘어만 갔다. 물 속에 들어갈때마다, 아이들 얼굴을 볼 때마다, 나는 안전교육을 시키고 그 리스트는 계속 늘어만 갔다. 이제는 아이들이 내 얼굴을 보면 “또 잔소리”하는 표정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나는 이렇게 할 수 밖에!

해질녘 풀장가에 누워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현지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 물장구 소리, 알 수없는 캄보디아 안내방송 소리들이 들린다.. 모든게 물 흐르듯 흘러 가는 것만 같다… 안전사고 없이. 내가 이들의 방식에 맞추어 가야 하는 것일까? 내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고, 내가 바꿔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캄보디아의 하늘은 하와이 하늘 처럼 높고 푸르다. 나는 캄보디아에 와서 정말 잔소리맨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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